그동안 한국의 통상정책은 경제 블럭의 보호주의적 성향을 반대하며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안정적인 교역상대국 확보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의 통상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수출시장 확보, 기술 및 자원의 상호 보완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 투자매력도 제고 등 지역협정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통상정책 변화의 시작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지역주의 확산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97년 하반기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통화가 큰 폭으로 평가절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남미, EU 등에서 기대만큼 수출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각 지역의 역외제품에 대한 유무형의 통상장벽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런 점에서 개별국과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추진은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 대상을 각 대륙에 위치한 유사한 조건의 국가들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다음 단계로 우리와 교역관계가 긴밀하고 주요 산업에서 경합관계가 있는 국가들에까지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즉 칠레와의 이번 협정 추진은 공격적 통상정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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