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조금 특이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인간은 법을 만드는 자, 즉 지도자와 법을 따르는 자로 구분되며, 전자에 속하는 이들은 대의를 위해서는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어이없게도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이 전자에 속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이 조금 어긋나게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이들이 나쁘다고 손가락질 하는 악덕한 전당포할머니를 죽이는 것이 그의 의도였고 다른 이들보다 조금은 특별한 자신이 벌을 내린다는 사상을 굳게 믿고 한 행동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전당포 할머니의 여동생 리자베타까지 살해하게 됨으로써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 그로써 자신을 황폐화시키는 것을 보며 자신이 후자에 속하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슬퍼한다. 즉, 그의 죄의식은 살인에 대한 보편적인 도덕적 잣대(양심의 가책 같은)가 아닌 그의 사상을 통해서 바라보았을 때 결국 자기 자신은 강하지 못하여 법을 만드는 자편에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느끼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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