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의 건축문화에서 보는 자연관 우리 조상님들께서는 건축을 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계셨다. 이러한 관점을 한 마디로 함축한 단어가 바로 풍수용어인 ‘점지(占地)’이다. 한국에 있는 고택과 사찰, 서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건축물은 이 ‘점지’정신을 바탕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지정신은 크게 건물의 ‘보임새’와 ‘앉음새’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로 건축물의 ‘보임새’는 그 건축물 안에서 바깥을 볼 때와 바깥에서 그 건축물을 관망할 때의 두 경우의 전망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건축물로 나는 병산서원(屛山書院)을 들고 싶다. 올 여름 경주로 여행을 갔다가 들른 안동의 병산서원은 다른 서원과 달리 굉장히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서원 앞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고 뒤에는 화산(華山)이라 불리는 낮은 산이 있었다. 이렇게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 있으므로 이른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세는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안산(案山)격이라고 할 수 있는 병산(屛山)이 서원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일견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병산서원에서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는 그 이유를 서원 앞쪽에 있는 만대루(晩對樓)라는 누각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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