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공장의 사장 김재당 집에 얹혀사는 여순은 그 집에서 가정교사를 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닌다. 김재당은 한 때 세도가 당당했었지만 불경기와 구태의연한 경영방식 때문에 파산에 이르게 되자 아들 경재와 안중서의 딸 현옥을 결혼시키는 것을 유일한 구제책으로 생각한다. 경재와 현옥은 원래 동경 유학시절 사상의 동지로 만나 연인사이가 됐으나 집안 사정이 나아지자 현옥은 부화방탕한 속물의 면모를 보이고 경재는 여순의 건실한 모습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 김재당의 딸 경옥이 고등시험에 낙제하고 그 불똥으로 쫓겨난 여순은 경재의 소개로 방직공장 여비서로 취직한다. 그러나 늦은 밤까지 야근을 하던 여순은 안중서에게 겁탈당할 뻔한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게 된다. 안중서는 기생첩을 둘이나 두고도 여순이 그만둔 후 비서가 된 정님이를 농락하고 내팽개치는 등 천민자본가의 행태를 보이며, 최신 설비를 들여와 인원을 감축할 계략을 꾸민다. 여순은 경재와 헤어져 달라는 안중서와 김재당의 권고를 받고 괴로워하다 결국 이별을 통고하며, 고향동무 준서의 영향으로 그 자신에게 남아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벗어 던지고 방직공장의 직공으로 취직한다. 준식의 지도적 역할을 매개로 방직공장의 노동자들은 단결하여 회사측과 담판을 짓게 되는데 당당한 모습으로 사장실을 찾아온 여순과 준식, 형철을 보면서 경재는 ‘어두워가는 황혼에 선 자기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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