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은 집정주의적 정치체계에 있어 군의 역할을 문지기에 비유한다. 중간계급에게는 문을 열고 하층계급에게는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간계급의 효과적인 정치참여가 봉쇄된 과두정치체계에서 군은 급진파이다. 그들은 과두정권을 내몰고 중간계급의 참여를 확대하여 계몽을 예고한다. 중간계급이 정치의 주도적 세력일 때 군은 참가자인 동시에 중재자이다. 이후 정치참여가 확대되어 대중적인 사회가 출현하게 되면 군은 기존질서의 보수적인 수호자가 된다. 그들은 정치의 장으로 들어오려는 하층계급을 봉쇄하고 중간계급의 이익을 수호하려 한다. 이처럼 군의 역할이 정치체계의 성격에 따라 변하는 이유는 군부가 중간계급의 이해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은 사회가 후진적일수록 진보적이고, 사회가 진보할수록 보수적인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개혁을 내세우며 쿠데타를 일으킨 청년장교들의 행동에 지식인을 비롯한 사회세력들의 적극적 반대가 없었던 5·16과 노동자 조직 등 하층계급의 정치활성화를 막고 유신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일어난 12·12에도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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