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하나다, 수만 개다 아니 셀 수 없다. 우리는 시간의 개념을 갖고 역사라는 부산물을 생산해왔다. 역사는 혼자 흐르는 듯하지만 우리 내부의 흐름이다. 지난 우리의 모습을 지나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이어지는 우리 내면 의식까지 포함하는 거대하고 변화하는 성질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희미하게 지나 온 길이 있는가하면, 뚜렷하게 흔적이 남아 계속 회자되는 길이 있다. 이러한 길은 우리에게 앞으로 우리의 거울인 역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혹은 과거에 대한 반성의 여지를 남긴다. 역사는 순환한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와 근원이 되는 희망이 우리 역사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이 조너선 D. 스펜스의 ‘천안문’에서는 현대 중국의 지나온 길 중 뚜렷하게 남은 자국 -1890년대부터 근 100년에 이르는 시간을 따르고 있다. 지은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인물들을 시간적 배열로 얽으며 시대를 구성하고 있다. 얼마만큼의 제대로 된 구현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하면 이는 시대를 가장 리얼하게 그려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를 평가하는 건 남겨진 우리 후손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890년대의 캉유웨이에서 1920년대부터 활동한 딩링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다루고 있는데, 이들은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선 인물로서 그들은 영향력을 가졌고 그들의 삶 자체가 시대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처음부터 주어진 삶조차 시대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들이 겪게 되는 기쁨과 슬픔 좌절은 시대의 희노애락과 같이 하고 있었다. 그들의 영향력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데까지 미쳤으며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예술의 영역, 특히 문학에서 잘 나타나 있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읽히고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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