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의 6.29선언을 계기로 강력한 카리스마에 의한 권위주의 정치가 종결되고 한국은 민주화의 시대를 맞았다. 한국의 민주화는 서구와 비교하여 시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특징,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와 비교했을 때 군부의 정치로부터의 후퇴가 확실하고 분명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냉전반공 이데올로기의 헤게모니와 남북분단이라는 특별한 역사적 상황, 그리고 국내외에 성공 신화로 잘 알려진 박정희식 발전모델(경제적인 면에 집중한 발전) 등이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에 더 친화성을 가진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급속도로 이루어진 한국 민주화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국의 민주화를 흔히 운동에 의한 민주화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운동의 주축이 되었던 학생이라는 계층은 영구적인 권위주의적 지배를 불가능하게 했던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 따라서 학생운동의 패턴과 그 특징을 고찰하는 것은 민주화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1964년 한일국교정상화반대운동에서부터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학생운동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대부분의 학생운동은 민주화운동이었다.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의 전면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당시 야당이 강력한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의회에서 반대 세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있다. 따라서 유신체제를 반대하는 최초의 시위는 야당이 아닌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사회운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운동을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동인을 정치적 기회(구조)로 보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정치적 기회가 열림으로써 운동이 발생된 것이 아니라 학생운동이 정치적 기회를 창출하여 다른 운동 집단으로 하여금 운동의 사이클에 합류하도록 계기를 제공하였다. 학생운동에 뒤이어 나타난 언론노조운동 등의 노동운동은 이렇게 학생운동이 제공한 정치적 기회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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