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은 이후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로 꼽는 작품이다. 어릴 적에 재미삼아 문학전집 속에서 뽑아 읽어본 폭풍의 언덕은 괴기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강렬한 사랑과 흑막에 뒤덮여 있는 소설이었다. 그 분위기와 소설을 풀어나가는 독특한 시점이 특히 끌렸던 것 같다. 폭풍의 언덕은 주인공 히스클리프와의 관계 속에서 두 가지 형태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히스클리프와 여주인공 캐서린과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캐서린과 에드가 린턴의 딸 캐시의 이야기이다. 양을 보면 두 개의 이야기는 거의 비슷하지만, 폭풍의 언덕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정열적인 사랑이 주된 내용이다. 강한 폭풍 같은 히스클리프는 야만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 캐서린 역시, 에드가 린턴과 결혼했음에도 자신이 갖고 있는 열정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의 이중성을 견디지 못한 캐서린의 죽음과,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히스클리프. 그들의 모습은 사랑에 대한 경의를 준다기보다는 공포감을 준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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