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제기 한국불교의 역사적 특징은 호국적 성격에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2년(482년) 전진으로부터 불교가 공전된 이래 1천 6백여년의 역사를 계속하면서 불교는 언제나 그 시대의 왕조와 호국과 보호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심지어 불교에 대한 왕조의 박해가 혹심하였던 조선시대에 있어서도 불교는 일방적으로 호국불교의 기치를 높이 들고 국난타개에 앞장섰고, 그 전통은 오늘에 있어서도 여전하다. 호국불교는 다른 나라의 불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전통이다. 뿐만 아니라 불교가 종교의 이름으로 국가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중요한 형식이라는 점에서 많은 불교인들의 자랑이 되어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그 당위성만 강조된 나머지 호국불교가 과연 불교의 근본원리에서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또는 호국불교의 역사적 전개에 잘못은 없었는가 하는 반성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불교나 국가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불교의 참뜻이 진정한 인간구원에 있고 그 과정이 불교의 역사라고 할 때, 그 불교가 역사적 오류를 범하고 있거니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호국불교가 한국불교의 역사적 전통이고 현실참여의 중요한 방법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전통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고 그 방법이 여법한 것이었느냐, 또 앞으로는 호국불교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이론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사실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호국불교는 오히려 불교를 어용종교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불교의 본질을 왜곡함으로써 사이비화할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호국불교에 대한 객관적 검토와 반성은 불교본래의 사회적 기능회복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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